중증장애인·이주노동자·노인 등 소외계층 선제검사
4일부터 21개 지역 총 2,904명 검사…숨은 확진자 3명 발견
“코로나19 확진자 00명 발생.”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재난안전 안내문자가 1년이 넘도록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매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감염으로 확산되면서 가까운 지인 중 한 두 명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을 정도로 코로나19가 바짝 다가와 있다.
하지만 감염에 취약한데도 선별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민들이 적지 않다.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대중교통 시설이 미비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교대근무 때문에 선별진료소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주시는 이런 환경 속에서 매일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3일 쌓인 눈이 채 녹지도 않은 이른 아침, 파주읍 부곡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 하얀 트럭 3대가 줄지어 들어섰다. 행여나 있을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양압식 이동형 선별검사소 차량으로, 검사접수 차량과 검체체취 차량, 검체 판독 차량 등 3대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검사자를 맞이했다.
이 곳에서는 30분이면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검사와 비인두도말PCR검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에만 검사 받은 인원은 교보문고 물류센터 직원 250여명을 포함해 인근 주민 등 총 279명에 달했다.
참여율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는 지역 특성상 대형 물류창고가 밀집돼 있어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연속적인 감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체 차원에서도 층별로 관리자를 지정하고 근무일지를 통해 마스크 착용여부 등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늘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파주시에서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운영한다는 안내를 받자 직원들의 불안함을 해소하고, 방역이 잘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전원 검사에 응했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실제 검사에 참여한 한 직원은 “안그래도 검사를 받으려고 하던 참이었다”면서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서 혹시 몰라서 받고 싶었다. 근무하느라 평소 받기 힘들었는데 (받을 수 있어서) 잘됐다”고 말했다.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인근에서 검사가 필요한 공무원 등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이날 약 7.7km 떨어진 월롱면 예비군면대에서도 선제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 공무원, 병사 등이 방문했다.
예비군면대 관계자는 “파주시에서 선제적으로 읍면동 공무원 모두 검사를 받고 있다. 월롱면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민들을 위해서도 미리 검사를 받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근처에 검사를 받을 곳이 없어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찾는 발걸음은 다른 곳으로도 이어졌다. 오후에는 83개 업체(3,500여명)가 입주해 있는 선유산업단지로, 선별검사차량이 검사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교대 예정이던 검사자 2명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검사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오후 5시까지 진행된 검사에 총 376명이 참여했다.
피유시스 권인욱 대표이사(전 상공회의소 회장)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보건소 등에 검사를 받으러갈 시간은 없고 늘 불안해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인욱 대표이사는 “어느 한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산업단지 전체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며 “이러한 검사방법이 확대돼 사회적 약자가 사는 곳에 많이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검사 참여자는 “그동안 일부러 검사를 받으려고 하진 못했는데 이렇게 검사를 받아서 확진자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면서 “다른 직원들도 빠짐없이 다 나와서 검사를 받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동형 선별검사차량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에 방문한 문산 임진리처럼 교통소외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혹한 추위 속에 오도 가도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일부러 찾아와준 검사차량이 그저 반갑다고 연일 고마움을 전했다.
200여명의 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생활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에덴하우스에도 15일 선별검사소 차량이 방문했다. 이곳은 기저질환이 있고 장애가 있는 직원이 많아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계층이지만, 수송차량 등 이동수단이 여의치 않아 검사받는 것조차 어려웠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취약계층이지만 휠체어를 타는 등 중증장애인이 많아서 선별검사소를 방문해 검체검사를 받기가 어렵다”면서 “단체로 갈 수송차량도 여의치 않을뿐더러 일반 검사자와 섞일 경우 오히려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섣불리 검사받기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와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은 한 근로자는 “코로나 때문에 너무 답답하다. 검사를 받으러 밖에 안나가도 되니까 너무 편리하다. 근무시간 끝나고 밤에 검사받으러 가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파주시청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2주째 접어들면서 참 의미를 더했다. 지난 14일 교통소외지역인 법원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된 선별검사자 81명 중에서 3명의 양성판정자가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파주시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지난 16일 토요일 금릉역 광장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적게는 1개소, 많게는 3개소를 다니며 검체를 체취하고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그간 검사받은 인원만 총 2,904명(신속항원검사 451건, PCR 2,453건)으로, 하루에 평균 138명이 검사를 받았다. 아무도 몰랐던 3명의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했고 즉시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다.
파주시는 이번 검사방식이 숨은 확진자를 발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한번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산불 같아”
숨은 확진자 3명 찾은 ‘이동형 선별검사소’ 화제
청정지역 파주서도 발발한 집단감염... 발상 전환의 계기
“파주시에는 특별한 선별검사소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가용 안에서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텐트형 임시선별검사소 말고 바퀴달린 움직이는 선별검사소입니다. 이동형이죠.”
국내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어느 지자체보다도 선제적으로 방역조치를 해온 파주시가 이번에는 이동형 선별검사차량을 선보여 화제다. 파주지역 곳곳을 이동하며 검체검사를 받고 싶은 시민들에게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로, 시행 열흘만에 숨은 확진자 3명을 찾아내는 성과도 냈다.
만약 이동형 차량이 가지 않았더라면 확진자는 또 다른 확진자를 낳아 파주시는 물론 인근 지역으로까지 2차, 3차 확산이 이뤄지는 건 시간 문제였을 터...
이처럼 파주시가 한 직원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최종환 파주시장은 그동안 애써 온 노력이 단 1명의 확진자로부터 무너져버린 것이 너무 허탈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숨은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 확산을 차단하고, 취약계층이 모인 시설이 코호트 격리되는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파주시는 코로나19가 발발하자마자 지역 내 행사를 취소하고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 등 정부당국보다 앞서가는 시책을 펼쳐왔다. 지속적이고 철저한 코로나19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코로나19 방역에는 빈틈이 생겼다. 마치 작은 불씨가 산불을 내듯이 단 1명의 조리사의 감염이 장애인시설로 확산됐고, 또 다른 감염자가 요양원, A병원 등 지역사회 집단감염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우리는 그동안 확진자가 없어서 다른 곳 이야기인줄만 알았죠. 그런데 지난 연말에 취약시설 3곳에서 마치 산불이 난 것처럼 수십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코호트 격리까지 되니 암담했어요.”
특히 코호트 격리된 시설은 요양원과 장애인시설 등 취약시설이라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임에도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쉽사리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전원이 지연되면서 확산은 더 퍼졌고 경북 상주A병원으로의 호송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아픈 경험을 뒤로하고 파주시는 아예 산불이 생기지 않도록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동형 선별검사소다. 특별 제작한 양압식 선별검사차량과 이를 보조해주는 검사접수 및 결과분석 텐트 두 대가 시초다.
하지만 1월 첫 주 혹한에 장시간 검사를 진행하고 보조하는 공무원과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높았다. 이후 접수부터 검사, 결과까지 트럭 3대가 하나의 세트를 이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검체 검사 현장을 수차례 찾은 최종환 시장은 “코로나19는 감소세이긴 하지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면서 “확진되는 걸 보니 어마무시 했다. 보다 확실한 감염 전파 고리를 끊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다함께 노력을 해줘야 한다”며 앞으로도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만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