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한탄강이 어우러져 만든 천혜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보고, 연천 DMZ. 이곳은 역시 새들의 천국이었다. 경기도의 조사 결과 멸종위기 1급인 두루미, 흰꼬리수리 등 무려 96종의 조류가 광범위하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26일 도에 따르면, 이 같은 발견은 경기도가 지난 2017년도부터 추진 중인 ‘DMZ일원 자연환경 생태조사 및 생태도감 제작 사업’의 조사 결과다.
도는 현재 DMZ 일원 및 평화누리길 12코스(총 191km)를 대상으로 각종 생태자원을 파악,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희귀 동식물에 대한 경기도만의 특색 있고 구체적인 보호·관리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7년도에는 연천을 대상으로 조사를 완료했으며, 올해에는 파주를 대상으로 조사활동을 벌인다. 내년에는 김포· 고양에서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를 마친 2020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생태도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연천 DMZ·평화누리길 일원서 시행된 지난해 조사에서는 멸종위기 1급에 처한 두루미, 흰꼬리수리 등 96종 28,980개체의 조류가 발견됐다. 이중에는 멸종위기 2급인 큰기러기, 흰목물떼새, 재두루미 등은 물론,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원앙 등 11종의 천연기념물도 발견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조류 외에도 족제비, 고라니, 너구리, 두더지, 멧돼지, 오소리 등 7종의 포유류들이 연천 DMZ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멸종위기 2급에 속한 삵이 대상지 전역에서 조사자들의 눈의 포착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물거미’의 국내 서식지인 천연기념물 제412호 ‘연천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에서도 무려 63종의 수서곤충과 함께, 기안목, 고설목 등 총 4종의 연체동물이 발견됐다.
동물들만큼이나 식물종들의 식생 분포도 매우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식물은 619종, 귀화식물 66종, 재배식물 46종 등 총 731종의 식물이 발견됐으며, 숭의전 및 고구려보루숲길 등 산림지역에는 갈참나무나 신갈나무 등이, 학곡리 갈대지역이나 동이리 주상절리 등 수변지역에서는 물억새나 갈대, 버드나무 등이 우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에는 멸종위기종에 속한 층층둥굴레, 분홍장구채, 가시오갈피나무 등 희귀식물 33종이 포함됐으며, 연천지역 특산식물 16종도 함께 확인됐다.
도는 조사를 통해 확인된 동·식물군에 대한 위치(GPS 기록 등), 명칭, 일시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축적, 이를 토대로 경기도 실정에 맞는 DMZ 일원 희귀 동식물 보호 및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파괴된 생태지역을 복원·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동시에 DMZ일원 및 평화누리길 방문객들을 위한 ‘생태자원분포도 인포그래픽’을 만들고, 구축된 생태재원 자료를 바탕으로 DMZ일원에서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생태체험프로그램을 발굴·개발하는데도 활용한다.
임순택 도 DMZ정책담당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연천 DMZ일원이 임진강과 한탄강, 화산지형, 습지 등이 어우러져 만든 천혜의 보물창고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라며 “앞으로도 파주, 김포, 고양 일대의 조사를 통해 ‘철색 속에 숨은 자연의 보석’들을 발굴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만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