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성친화도시 재지정 불가로 젠더폭력 예방 등 성평등 후퇴 우려”
파주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 예산 126백만 원을 삭감하자, 파주시는 지난 4년간 여성의 사회참여 증진과 안전한 지역사회 조성을 위한 젠더폭력 예방 등의 특화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되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12월 5일에 열린 파주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 예산 142백만 원 중 126백만 원을 삭감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는 성 평등한 지역사회 조성을 위해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협업하는 각종 협의체 운영이 어려워져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등 아동과 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익산시를 시작으로 성 평등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은 올해로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 등 경기도 15개 시군을 포함해 전국에서 104개 기초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다.
법적으로 의무 추진 사업이 아님에도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이 시작된 지 15년 만에 전국에서 절반에 가까운 기초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평등’이라는 브랜드 가치로서의 의미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목도하면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는 2020년 12월에 여성친화도시로 신규 지정받아 여성가족부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협약을 체결하여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시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거버넌스를 구성하였으며, 여성의 역량강화를 통한 경제‧사회 참여 활성화와 시민의 성평등 인식 제고 등 성평등 정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탄탄히 하는데 전력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파주시는 4년 연속 성인지 정책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2023년에는 여성친화도시 이행점검 결과, A군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어 내년에는 재지정 심사를 앞두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젠더폭력 예방 교육 강사단을 자체적으로 양성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표준강의안을 제작하여 초, 중, 고등학생의 젠더폭력 예방을 위한 성평등 교육을 124회 시범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가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동과 청소년의 딥페이크 사건은 우리가 보호해야 마땅할 아이들이 피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로 등장하는 비통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이에 파주시는 9월, 학교를 대상으로 디지털성범죄, 교제 폭력 등 신종 젠더폭력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하여 643개의 교육 신청을 받았다. 젠더폭력 예방 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내년에는 강사단 추가 양성과 주제별 표준강의안 제작, 그리고 가정과 학교에서 일관된 내용으로 젠더폭력 예방이 지도될 수 있게 교사와 학부모 대상의 맞춤형 교육도 함께 추진할 계획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이번 예산 삭감을 주도한 이진아 의원은 파주시가 자격도 되지 않는 강사를 양성해왔으며 이는 교육 예산을 마치 여성단체를 지원해주기 위한 ‘소수 기득권 여성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며 예산삭감 이유를 밝혔다.
파주시는 이진아 의원의 자료 요구에 따라 강사단의 자격이 검증될 수 있도록 개인별 동의를 받아 강사단 모두의 소속과 경력 등의 자료를 지난 12월 3일에 제출한 바 있다.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여성가족부의 위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소속의 전문강사를 비롯해 대학교 교수와 강사, 경기도에서 인정하는 젠더폭력 상담소 및 피해자 지원 시설의 종사자 등이 절반 이상이다. 이로써 강사단의 자격 없음에 따라 교육비를 편성해줄 수 없다는 이진아 의원의 우려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관련 예산 전부 삭감됐다.
파주시 관계자는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예산 대부분이 삭감되어 여성친화도시 지정 신청서에 기입할 예산이 없어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라며 “딥페이크, 교제살인 등 심각한 젠더폭력 당사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예산을 전부 삭감한 피해자는 결국 우리 아이들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성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