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복지 수당·도로 보수 등 필수 지원 사업 ‘빨간불’
고양시의회 임시회(제276회)가 21일 폐회 위기에 놓이면서 각종 복지 예산과 의료비, 공사·인건비 등 시민에게 꼭 필요한 지원 사업이 9월 말부터 대거 중단 또는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6월 미처리된 조례 등을 포함해 총 102건의 안건, 그리고 올해 2차 추경예산 1,946억 원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임시회 첫날인 7일, 일부 의원들이 지난 8월 시 내부 간부회의에서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공식 사과를 요구하다가 퇴장함에 따라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임시회는 2주간 파행이 지속되다가, 한 개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법정기한인 21일 오전 본회의마저 정회되며 폐회 위기에 놓였다. 다음 회기는 10월 마지막 주로, 폐회 시 의사일정 변경 없이는 최소 한 달가량 예산 심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추경예산과 안건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시민들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추경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와 인건비 반영, 취약계층 지원 등 어려운 경제 여건 속 대비책을 담았다. 또한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도 미룰 수 없는 공공시설 조성과 도로 유지보수 등 민원 해소에도 방점을 두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일부 조리원·어린이집 교직원·대체인력 등에 대한 인건비, 공공시설물 전기요금 등의 운영비 지급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관내 유치원 및 각 학교에 지원하는 무상급식이다. 최근 식재료비와 공공요금 인상분을 충당하고자 110억 원을 추경에 편성했으나, 이번 사태로 262개교 11만 8천여 명 학생들의 급식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가산급여,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생계급여와 희망키움통장·내일키움통장, 저소득층 청년의 자립을 돕는 청년저축계좌·청년내일저축계좌 등 생계지원형 사업들이다.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난임부부와 미숙아·선천성 기형아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시민 살림살이에 소소하게 보탬이 되어 온 고양페이 사업비,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약 70억 원 등도 이번 추경에 편성돼 있었다. 마을버스 재정 지원 역시 처리가 지연되면 영세업체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주민 관심사인 임시주차장 조성을 비롯해 주요 공사 10여 건의 중단 또는 연기가 불가피하다. 도로·상수도관 긴급보수, 보안등·가로등 교체, 제설장비 등 시민 안전을 위한 필수 사업도 처리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가 하반기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규모 행사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오는 10월 30일부터 이틀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세계도시포럼은 원가 상승에 따라 2천만 원을 추경에 추가로 편성했으나, 현재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같은 달 6일 호수예술축제, 21일 대한민국 막걸리축제, 25일 슈퍼모델 선발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행사가 전국적 행사인 만큼 고양시 대외 이미지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외에 국비·도비 약 550억 원의 반납이 지연되어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로 민생경제와 시 재정여건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 처리가 늦춰질수록 시민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특히 경제적 위험에 무방비 상태인 취약계층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며 골든타임 내 조속한 예산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고양시의회는 여야 동수로 집행부와 지난 1년 2개월간 꾸준한 진통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예산·조직 수립이 지체되며 시민 불편이 가중돼 왔다.
작년 11월 2023년도 본예산 심의를 앞둔 시점에서 일부 의원들이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의회가 파행됐다.
예산안은 연말까지도 처리되지 않아, 전년 예산에 준하는 ‘준예산’ 체제로 운영되면서 자족·교통 등 민선8기 핵심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난항을 겪었다. 또한 시장 등의 업무추진비가 대폭 삭감되기도 했다.
올해 3월에 상정한 첫 추경예산안 역시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못한 채 자동 폐회됐고, 다음 달 비로소 통과되었으나 한옥마을, 원당재창조 사업 등 굵직한 사업예산 60억 원이 삭감됐다.
또한 자족도시실현국 신설 등 민선8기 방향성을 담은 조직개편안 역시 작년 10월부터 집행부에서 꾸준한 사전설명을 거치며 공을 들였지만 4차례 미심사 및 부결 끝에 비로소 통과된 바 있다.
손성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