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에게 고통 집중.... 재난은 분담할 수 없어도 고통은 제도로 나눠야”
1년 이상 재난 장기화 시 임대료 감면 의무화 촉구
임대료 감면액, 50% 이내에서 사회적 합의 거쳐야... 임대인 손실보상도 제도화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임대료 1백만 원을 매달 납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을 넘나들며 테이블은 눈에 띄게 텅 비었고 저녁 9시까지 집합제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임대료는 매출에 관계없는 고정비용으로, A씨는 ‘가게 보증금이라도 차감해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새해 첫날 대구의 한 헬스장 관장이 생활고를 비관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임대료 인하 논의’의 불씨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수많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자영업자들의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재준 고양시장이 “임차인이나 임대인 어느 한 쪽에 폭탄 돌리듯 부담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즉각 사회적 합의를 주도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질 경우 임대료를 전액 감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유재산권 침해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졸지에 임대료 전액을 받지 못하게 되는 임대인의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방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재준 시장은 “선량한 임대인을 악으로 매도하고 이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지난 1년 집합제한, 집합금지 등 고강도의 방역조치에 묵묵히 따르고 고통을 전적으로 떠안아 왔음에도, 이들의 재산권 침해는 다수의 안전이라는 방역논리에 묻혀 왔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임대료 감면 운동이 임차인과 임대인의 ‘편 가르기’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고강도의 방역조치나 임대료법 개정안이 아니라 제도의 부재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재난이나 자연재난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큰 타격을 입는 약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망을 마련해야 한다. 재난은 분담할 수 없을지라도, 재난의 고통은 제도를 통해 분담할 수 있다. 재난의 고통을 소상공인이 일방적으로 감내하게 하고 폐업 위기까지 방치하는 것은 공공의 직무 유기다.
이어서 “임대료는 첨예한 문제인 만큼 이 새로운 제도를 공공 주도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 주도 하에 임대료 문제를 공론화하고, 각 경제주체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0% 이상은 임대인에게 또 다른 부담 떠넘기기가 될 것이라 지적하며, 집합금지 시 30%, 집합제한 시 15%의 임대료 감면을 제안했다. 또한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생계형 임대인’을 위해 상환유예, 이자상환 연기 등으로 손실을 보전하고, 임대료 감면 시 임대인의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50%를 감면하는 조세제한특별법의 특례규정을 상시규정으로 개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편 이재준 시장은 지난 12월 소상공인에 대한 임대료 감면 법령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을 시작한 바 있으며, 현재 1만 명 넘게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만희기자